이 글에서는 전통 성곽 건축에서 사용된 기초 공법들에 대해 설명하겠다. 판축기초, 보토기초, 잡석기초, 적심석기초의 주요 기초 형식의 특징과 시공 방법, 적용 사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다. 각 공법은 지반여건에 따라 선택적으로 적용되었으며, 다양한 형태와 기법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판축기초
양질의 토사를 교대로 펴서 잘 다져 마치 시루떡과 같은 형태로 지반을 단단히 하는 방식을 판축기초라 한다. 판축재료로는 마사를 비롯한 점토, 잡석 또는 호박돌 등을 사용하여 잘 다진 구조이기 때문에 단단하다. 현재까지 발굴된 많은 판축유구가 확인되나, 발굴된 판축을 재하시험을 통하여 강도를 측정한 바는 없다. 그러나 상부에 축조되는 성벽의 큰 하중을 잘 견딜 수 있는 정도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판축은 고대의 각종구조물의 기초형식으로 토성의 토루를 비롯하여 중요한 건물의 기초에 많이 적용하였다. 판축은 오랜 기간 다양한 방법으로 판축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렇다 할 판축형식은 없다. 일반적으로 판축시공은 토사와 잡석, 점토 등을 교대로 수평으로 얇게 잘 펴서 달구 등의 다짐 기구를 이용하여 잘 다지는 방식이다. 판축 기초로 조성된 시설은 성곽의 기초 또는 건물이나, 비교적 넓은 기초 바닥면에 큰 하중이 작용하는 중요한 구조물의 기초에 적용되었다. 예컨대 석탑, 성곽 등의 하부지반은 물론 중요 건물의 큰 하중을 잘 받기 위해 판축방식의 기초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강회를 사용하기도 하였다.
보토기초
보토 또는 보토다짐기초는 판축방식보다는 정교함이나 다짐두께나 다짐의 정도가 낮은 방식으로 다짐하는 방법이다. 보토다짐은 성곽 등 구조물의 주변에서 채취가 쉬운 양질의 토사를 사용하여 성토하여 다짐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단면상으로 나란하게 시루떡처럼 다진 층이 보이지 않는다. 토성에서 토루를 둘리는 지반에서 지형여건상 지반이 낮은 곳을 성토하여 사용된 예가 많다. 이는 현대의 동압밀공법과 유사한 것으로 비교적 넓은 면적에 적용되었으며 판축에 비하여 다짐정도는 낮으나 경제적인 시공의 장점이 있어 기초방식으로 널리 활용되었다.
잡석기초
바닥이 습지대인 경우에 돌을 메우고 깔아서 지반을 튼튼히 다지고 그 위에 성벽을 쌓았다. 서울성곽의 흥인지문지역은 원래 저습지여서 이 구간은 축성의 어려움이 있어, 지반을 보강해야 했으므로 기한 내에 완성되지 못하였다. 지반이 연약하여 부득이 성벽이나 성문 등 시설이 들어서기 위해 지반을 보강하는 기법이 사용되었다. 즉 연약지반을 단단한 원지반이 나올 때까지 파낸 다음 지반높이에 이르는 공간에 지지력이 좋은 잡석이나 깬돌을 채워 지반의 지지력을 높이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은 지반을 보강하는 확실한 방법으로 널리 사용되었다. 대표적인 예로 서울성곽의 흥인문지역이 저습지여서 지반보강으로 인하여 기한내 끝내지 못했다는 기록과 평양성의 창광정 아래의 낮은 습지대에는 돌을 깐 위에 통나무를 깔고 성벽을 쌓았다는 보고도 있다. 조선의 도성축조 시의 기록에 동대문지역은 지세가 낮고 습지여서 잡석이나 깬돌 등으로 지반을 보강한 내용이 보이는데 실제 조서결과 여러 곳에서 그 예가 나타나고 있다.
적심석기초
지지력이 부족한 성벽의 지반이나 성곽의 중요건물의 기둥아래에 지지력을 보강하기 위한 방법으로 활용된 방식이다. 성곽의 기초부분은 일정두께의 깊이로 잡석이나 깬돌을 넣고 단단하게 다진 다음 그 위에 지대석을 놓게 성벽을 쌓아 올렸다. 그리고 문루 등의 주초아래에는 하중이 영향을 미치는 범위로 기둥보다 넓게 잡석이나 깬돌을 채워 달구로 잘 다진 다음 주초를 놓아 건물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성곽에서 기초형식은 지반여건에 따라 굴착의 깊이는 차이를 보이나 단단한 지반에 이르기까지 파낸다. 잡석을 편 다음 잘 다지고 그 위에 규격이 크고 넓은 지대석이나 건물의 경우 초석을 설치한 다음 축조하는 방식이 일반적인 다짐방식이었다. 이 방식은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일종의 Stone Column인 바 고대의 대규모 목조 건물이라도 기둥하중은 약 30t 이하이므로 구조적으로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허용 침하량범위 내에서 이를 충분히 지지할 수 있었으리라 판단된다. 또한 적심석은 동결선 이하까지 깊게 축조하도록 하여 건물의 동해를 최소화하도록 한 기초방식은 오늘날 관점에서 매우 경탄할 만한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기초방식이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성곽의 기초형식인 판축기초, 보토기초, 잡석기초, 적심석기초에 대해 알아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