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성곽의 방어 시설 진화를 탐구한다. 사혈의 개념부터 화약 기술 도입에 따른 전술적 변화, 수원 화성의 혁신적 방어 시설까지 조선시대 군사 방어 체계의 발전 과정을 상세히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성벽 구조, 총안, 포대 등 특수 방어시설에 대해서 알아보겠다.
사혈
성곽에서 외적을 효과적으로 물리치기 위해 무기를 사용하기 위한 시설을 사혈이라 한다. 사혈은 주로 여장의 타에 원, 근총안, 타구 등의 시설이 마련되었다. 일부 화포를 쏘기 위해 포대를 별도로 마련한다. 일반적으로 여장에 마련된 사혈은 타에 마련된 원, 근총안이고 타구는 주로 화살을 쏘기 위한 시설이라 하겠다. 앞선 시기의 여장에는 총안이 별도로 마련되지 않은 연결여장, 요철여장이 주로 활용되었다고 여겨진다. 연결여장에는 별도로 사혈이 마련되지는 않았으나, 요철이나 철형여장에서는 여장의 한 부분은 몸을 숨길 수 있어 터진 공간이 사혈이 된다. 고려말 조선초 화포가 실용화되면서 일반적으로 알려진 평여장형식이 일반화되었다고 보인다.
방어 전술의 변화
총이나 포를 쏘기 위한 시설로 성벽에 마련한 예로 남한산성의 장경사 외측성벽에서 보이나, 일반 성곽에서는 체성에 포대를 마련한 경우는 드물다. 포대를 위주로 한 시설은 조선조 후기에 마련된 돈대, 포대 등에서 많이 보인다. 화성에는 그간 연구의 성과로 방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시설인 포좌나 총안을 두어 대비한 포사를 비롯하여, 화홍문 등 수문에도 수구 상부에 총안을 둔 예가 보인다. 고려 말 화약의 발명으로 인해 재래식 무기를 주로 사용하던 전투방식과 달리 전술의 변화가 있었다. 이는 성곽의 구조에도 변화를 가져와 임란 이후에는 여장에 총안을 마련하는 등 성곽 시설에서 화포를 활용하는 전술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또한 화포의 위력을 체험하면서 적의 접근이 용이한 해안이나 강안에 포대를 설치하여 효과적인 방비책을 마련하였다.
특수 방어 시설
병자호란의 경험을 토대로 현장에서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남한산성에서 남쪽 성벽과 적의 접근이 용이하거나 감제 당할 곳에는 성벽에 접하는 곳에는 별도로 포대를 마련하여 요새화하였다. 강화는 유사시에 대비 해안을 따라, 섬 전체를 진, 보, 돈대의 시설을 마련하였다. 예로 덕포진의 포대 시설을 살펴보면 성 내측으로는 폭 1.8m 내외, 포구 입구에서 포가 받침돌까지의 거리는 평균 1.6m 내외이고, 포구는 0.5X0.5m 내외의 방형으로 구멍을 내어 포신을 걸쳐 미리 준비된 방향으로 사격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포좌 내부의 좌측이나 우측 벽에는 작은 이방을 마련하여 포 사격에 필요한 화약이나 기구를 비치할 수 있도록 하였다. 수원 화성에는 근접한 외적을 방어하기 위하여 포루, 각루, 수문 등지에서 화포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고심한 시설들이 보인다. 특이한 총안의 예로 화성의 서장대 지역에는 체성에 성벽의 중간 높이에 총안을 마련한 예를 볼 수 있다. 이러한 시설은 산지에서 접근하는 적을 화약으로 공격하거나 총을 쏘기 위한 것으로 여겨진다. 성벽 중간 높이에 마련된 총안은 수구로 오해될 수도 있으나, 이 일대에 여러 곳이 집중적으로 설치되었고 높이가 서로 다른 것을 통하여도 총안임을 알 수 있다. 여장의 타에는 원근 총안으로 구별되는 것과 같이 이곳의 총안은 외부에서 볼 때 그 크기가 30X30cm 내외이고, 40X35cm 내외의 크기로, 성 내측의 총안구가 다소 크다. 외측에서 볼 때 상부에 설치된 총안은 수평에 가깝고, 하부의 총안은 경사지게 설치하였다. 북수문인 화홍문과 북수문에 설치한 총안 등은 독창적인 과학성이 돋보이는 시설이라 하겠다. 지금까지 사혈, 방어 전술의 변화, 특수 방어 시설에 대해서 살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