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서는 성곽의 여러 시설 중 용도 또는 곡성과 회곽로에 대해 설명하겠다. 용도는 성벽 외부의 지형을 감싸고 있는 길게 뻗은 성벽 시설로 방어를 위해 중요한 지형을 성내로 포함시키는 역할을 했다. 곡성이나 옹성 등으로 불리기도 하였다. 회곽로는 성벽을 따라 병력 배치나 성곽 관리를 위해 만든 통로를 말한다. 성벽 내외부에 다양한 형태로 구축되었으며, 유사시 신속한 병력 배치를 위해 일정 폭을 확보하였다.
용도 또는 곡성
용도는 그 형태가 치를 길게 잡아 늘인 모양을 하여 외부의 주요 지형을 감싸고 있다. 용도는 지형여건상 바깥을 길게 내뻗은 지형이어서 이곳을 막아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지형을 좁은 통로형식으로 길게 뻗어 쌓은 담장 형식의 성벽 시설을 말한다. 이러한 용도는 산성에서 보이는 곡성과 같은 시설로 성벽에서 뻗어나가나 방어 상 중요한 지점을 관측소나 포대 등을 마련하기 위한 중요한 지형을 성내로 포함하는 시설이다. 용도와 곡성은 다소 의미의 차이는 있으나, 그 형태나 축조의 목적은 같은 시설로 보아도 좋겠다. 이러한 곡성은 남한산성에서는 옹성이란 표현이 사용되고 있다. 용도, 곡성, 옹성의 표현은 같은 기능의 시설로 기록상 곡성은 “성의 정신과 맥은 순전히 곡성에 있으니, 바로 옛날에 말한 치라는 것입니다.” 한 기록이 보이고, 곡성은 그 형상으로 보아, 성문의 외부를 둘러싼 옹성과 같아 옹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기록되기도 하였다. 그 외 옹성이란 용어로 여러 곳에 사용되었는데, 대표적으로 곡성이나 용도를 옹성으로 사용한 예는 남한지에서 남한산성의 연주봉옹성을 비롯한 여러 옹성명칭에 대한 기록이 보인다. 이는 화성성역의궤 상에서 용도 설명이 있어 언급하는 용도와 같이 서울성곽과 북한산성의 곡성 시설과 같은 시설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즉 용도, 곡성, 옹성 등 용어사용에 있어서 엄격한 구분은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화성성역의궤의 표현된 용도는 본성에 암문을 마련한 다음 이를 통하여 용도로 출입을 하였다. 용도는 바깥으로 내뻗은 지형에 군량이나 매복을 서기 위해서 낸 길을 말하기도 한다. 용도의 형태는 삼면을 성가퀴로 둘러싸 마치 협축으로 쌓은 듯하다. 용도에 관한 자료로 관방집록(증보문헌비고의 편찬을 한 이만운의 편집으로 추정)의 용도지법에 대한 설명이 보인다. 즉 “개성은 청석동을 가로질러 성을 쌓았는데, 용도처럼 되어..”라는 표현이 보인다. 용도란 성벽의 일부를 지형에 따라 좁게 성벽을 성 외부로 길게 뻗어 양쪽에 여장을 쌓은 성도를 말한다. 즉 성곽을 축조함에 있어, 지형여건상 상어에 필요한 지형이나 전체를 감싸서 성내로 만들기 어려운 외부로 길게 뻗은 지형이다. 이러한 지형을 좁은 통로로 연결하여 중요지점을 성내로 포함시켰다. 이는 성내에서 암문으로 통하게 하여 용도의 선단에 치, 포루, 포대, 돈대 등을 마련하여 성곽의 방어력을 높였다. 한편 남한산성에서는 용도 형식의 시설을 옹성이란 명칭을 붙이고 포대를 마련하였다. 남한산성 에는 3개소의 용도(옹성) 시설로 남옹성, 연주봉옹성, 장안사신지옹성 등이 있다. 특히 남한산성의 남측 성벽에 마련된 남옹성에는 인접한 남쪽 고지인 검단산에서의 위협에 대비한 시설로 3개소 옹성에 선단지역에는 포대를 마련하였다.
회곽로
회곽로란 성벽을 따라 병력을 배치하거나 평상시 성곽관리를 위하여 성벽을 따라 내외에 마련한 통로를 말한다. 이를 순심로라고도 한다. 위치에 따라 성벽안쪽으로 평평히 난 길을 내환도, 성벽외부를 따라 난 길을 외환도라 하기도 하고, 일반적으로 성벽 위 여장내측을 따라 돌 수 있는 길을 회곽로 또는 성상로라고도한다. 순심로는 성상로와 달리 다소의 의미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순심길의 기록으로 세종실록에 의하면, 도성을 개축하고 성의 안팎에 모두 넓이가 15척이나 되는 길을 내어 순심 하는데 편리하게 하였다는 기록이 보인다. 자료에 의하면, 고구려 안학궁성의 성벽내부와 외부의 대체로 낮은 지형에 잇는 선으로 성벽 기저부에서는 돌과 흙을 섞어 만든 도로로, 폭이 1.6~3.5m, 높이 40~50cm이고, 도로바닥 표면을 돌로 깔은 유구가 조사된 예가 있다. 그러나 회곽도로는 순심로 외 다른 용어는 문헌상 기록에 보이지 않는다. 즉 성벽을 따라 내외로 이동하기 위한 시설이어서 성곽을 회곽이나 순심을 할 수 있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용어이다. 순심로, 순라길은 주로 성벽을 따라 나란히 마련한 길을 말한다. 그 외 성내의 성벽의 상단을 따라 병력이 배치되고 이동하는 공간의 통로 의미에서는 성상로 또는 회곽로라고 하는 동선을 의미하는 용어로 편의상 사용하고 있다. 성벽의 회곽로는 유사시에 병력이 배치되고, 평상시는 성곽관리를 위해 일정한 폭을 지녀야 하는 중요한 시설이다. 축성지점의 지형여건이 급경사의 암반인 경우에는 통로 조성이 어려워 암반을 사닥다리같이 디딤계단을 마련한 길을 별도로 잔도라 하여 마치 사다리 같은 통로를 낸 경우도 보인다. 또한 급경사지에는 계단 통로에 난간을 마련하는 등의 편의시설을 마련하기도 하였다. 익산의 왕궁리의 궁장 유구 내외에 조사된 예로 깬돌로 포장된 폭 1.5m 내외의 통로로가 확인되었다. 이는 순심로인지 알 수 없으나 낙수시에 세굴을 방지하기 위한 낙수 시설을 겸한 것으로 여겨진다. 일반적으로 성상로는 유사시에는 신속한 병력의 배치를 위한 통로여서 폭은 가급적 두 사람이 스쳐 다닐 수 있게 하였고 부득이한 곳에서 좁은 구간도 보인다. 그 외 서울성곽을 비롯한 일부성곽에서 성벽에 붙여 따라 일정폭으로 판석형식으로 부석된 시설이 보인다. 이 시설의 설치의도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성벽의 내, 외부를 따라 0.6~1.0m 내외여서 넓지 않게 바짝 붙여 마련되었다. 이 시설은 위치로 보아 순심로라고 하기에는 너무 폭이 좁고, 낙수로 인한 세굴방지시설이라 하기에도 포석 규모가 다소 크다. 이와 같이 성벽내외부에 부석시설을 한 사례는 더 많았을 것으로 보이는데, 앞으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성곽의 시설 중 용도 또는 곡성, 회곽로에 대해서 알아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