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 성곽의 구조적인 특징을 살펴보면서 주로 성벽의 몸체인 체성의 형식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하고자 한다. 성벽의 주요 구조인 체성은 협축성과 편축성으로 구분되는데, 지형에 따른 성벽 구조의 변화, 시대별 선호 형식, 그리고 구조 판별 시 주의점 등을 포함하여 이들 형식의 특징과 축조 방법 등을 자세히 알아보겠다.
체성의 형식
성벽구조는 대별하여 내, 외벽을 석축으로 함께 축조하여 올린 협축성과 외벽은 석축으로 하고, 내부는 흙으로 채워 마감하는 편축성으로 구분할 수 있다. 협축과 편축에 대한 구조형식상에 대한 일정한 기준은 없다. 다만 성벽을 내외 양면으로 높게 쌓아 올린 석축으로 된 형식과 성벽의 외벽만 석축으로 하고 성벽의 내측은 흙으로 마감하여 내부에서 별도의 시설 없이 성 위로 오르내릴 수 있는 내탁한 형식으로 구분된다. 편축성은 성벽의 내측에 흙으로 마감한 경사이기 때문에 다소 급경사로 조성되기는 하였으나 성벽 위로 오르기 위해 별도의 계단시설을 두지 않아도 오르내릴 수 있다. 일부 성곽에서는 지형 여건상 계곡 구간에 부분적으로 협축으로 하고, 능선상에는 편축으로 조성한 경우도 보인다. 산성에서 산에 의지하는 산탁한 편축이나 계곡에 마련된 성문 주변의 계곡이나 평탄지구간에서는 지형여건상 편축성 구조의 성곽도 일부 협축한 경우가 많이 보인다. 이러한 경우는 성곽의 일부 구간을 협축한 성곽이라고 하는 것이 좋다. 예로 충남 아산의 신창학성, 남한산성의 일부구간을 조사한 결과 성 내벽에 지반아래뿐만 아니라 지반 위에 이르기까지 마치 협축한 듯한 뒤채움 석축시설이 보인다. 산성에서 편축된 성벽의 내탁 부분을 확인하면, 지형여건에 따라 또는 축성방식에 따라 마치 협축한 형식으로 석축을 한 다음 내부를 채워 덮거나, 지표상에 뒤채움의 석재가 일부 노출되게 조성한 석축이 보이기도 한다. 이는 편축성의 경우 축성의 편의상 성 내부의 뒤채움을 외벽 면과 나란히 일정한 폭으로 비교적 정교하게 석축을 하였고, 뒤채움한 석축 외부에는 이를 보호하고자 흙으로 덮어 잘 다져두었기 때문이다. 또한 일부구간은 세월의 경과로 1~2단 정도 뒤채움한 석재가 노출되어 보이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 협축성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결과적으로 편축성 또는 협축성은 성 내부에서 뒤채움 석축의 시설이 지상에 노출되어 보이는 구조가 있으므로 협축성과 편축성의 구분은 해당 성곽의 전체구조를 통하여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라 하겠다.
협축성
석축으로 내 외면을 동시에 축조해 올린 성벽을 협축성이라 하는데, 이는 협축 또는 양면쌓기, 겹축이라고도 한다. 성벽을 축조함에 있어, 대개 성벽의 내외벽면을 비슷하게 쌓아 올리게 된다. 협축성은 지형여건에 따라 협축된 성벽이 내 외벽을 같은 높이로 축조해 올린 경우와 내외 측의 지반높이의 차이로 인해 외벽은 높고, 내벽은 낮게 축조된 높이가 다른 협축이 보인다. 평지에 마련된 협축은 내 외벽이 같은 높이를 유지하게 되나, 산지에서는 대개 내외벽의 성벽 높이 차이가 있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협축에 사용된 성돌의 크기와 축조방식은 내 외벽이 다 같이 크기로 한 것이 일반적이나, 일부 협축된 성곽에서는 외벽에 비해 내벽에 사용된 성돌은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고 거칠게 가공된 부재로 조잡하게 축조한 경우와 내 외벽의 성벽기울기를 달리한 구조도 보인다. 비록 성벽을 양면으로 쌓아 올린 협축성일지라도 성벽상단의 회곽로의 바닥은 대개 급경사지 계단시설구간을 제외하고 성벽 상부에서 통행에 불편이 없도록 성벽의 상단은 일정한 두께의 점질성 토사로 잘 다져 덮는 형식이 대부분이다. 이는 통행의 편의는 물론 강수시에 우수가 성벽내부로 침수되지 않게 하려는 의도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협축성의 체성은 대개 석재로 채우고, 성벽상단은 별도로 일정두께로 점질성 토사로 채워 상부를 마감하였다. 여기서 토석이 함께 섞여 사용된 것처럼 보이는 협축성은 오랜 기간 상부에 덮은 토층에서 유입된 흙일수도 있어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조사된 삼국시대의 협축성들은 전부 성벽상단을 점질성이 많은 토사로 성벽상단을 두껍게 덮은 형식으로 남아있음을 유적을 통하여 알 수 있다.
편축성
성벽을 축조함에 있어 외벽면 즉 바깥쪽만 석축으로 하고, 성내부쪽은 돌과 흙으로 채운 형식을 말한다. 편축성은 우리나라 성곽의 특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축성형식을 일명 외면 쌍기라고도 한다. 편축성의 경우 대개 성벽의 성돌은 정교하게 가공하여 축조하고 상대적으로 성벽의 내부에는 규격이 작거나 조잡한 석재를 사용한 경우가 일반적이다. 편축성의 축조방식은 성벽내부에 일정폭으로 석재만 사용하고 그 상부에 점질성 흙을 다져 덮음으로써 우수가 침수되지 않게 함과 동시에 토압의 증가를 막고자 하였다. 뒤채움으로 사용한 석재의 채움방식은 성벽의 축조에 있어 상부로 올라가면서 뒤채움석재의 채움 폭이 좁게 하는 사다리형과 반대로 상부로 가면서 폭이 넓게 채우는 역사다리형의 뒤채움석재방식이 일반적이다. 앞쪽의 사다리꼴의 뒤채움석재방식은 평지나 평산지역에 마련된 성벽구조에 주로 활용되었고, 역사다리꼴은 산지의 외사면을 이용하는 산성에 많이 활용되었다. 우리 성곽은 삼국시대부터 조선조에 이르는 전기간에 걸쳐 산지나 평지를 막론하고 편축한 구조의 성곽이 대부분이다. 특히 조선시대의 산성뿐만 아니라 도읍성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성곽에 적용되었다. 조선은 개국과 함께 도성인 한성을 편축성으로 축조하면서,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모든 성곽을 편축으로 조성함을 원칙으로 하였음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체성의 형식인 협축성과 편축성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았다.